운명을 바꾸는 건축설계
‘건축 풍수 설계’라는 낯선 분야가 있다. 건축 설계에 풍수지리가 결합된 독특한 영역이다. 풍수가 무덤 자리를 잡고 후손의 발복이나 바라는 혹세무민의 학문으로 인식되기 이전에는 건축에 영혼을 불어넣어 안민(安民)을 추구하던 최고의 건축술이었다.
신라 말기 도선국사가 왕륭의 집을 설계하고 왕건의 탄생을 예언하여 고려 개국을 도모했던 것도 ‘건축 풍수 설계’의 효력이라 고려사는 적고 있다. 결국 건축물이 사람의 운명을 바꾼다는 의미다.
‘탈신공개천명(脫神功改天命)’이란 글귀가 있다. ‘신(神)이 할 일을 빼앗아 천명(天命)을 고친다’는 뜻이다. 이 가슴 설레는 말 속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같은 호흡이 있다. 하늘이 생명을 내리고 땅이 키우고 사람이 여물어가는 이 세 박자 속에서 건축물은 사람을 키우는 땅의 역할을 한다.
얼음이 용기의 형태에 따라 그 모양이 변하듯, 사람을 담는 그릇에 따라 네모, 세모, 동그라미의 사람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따라서 내가 머무는 자리가 곧 나 자신인 셈이다.
부엌(?) 싱크대 하나를 놓기 위한 제대로 된 풍수 설계 예는 이렇다. 싱크대 길이 2m 37㎝는 인간 신체 길이로 7척 9촌이다. 척(尺)은 팔마디 길이 30㎝이고, 촌(寸)은 손마디 길이 3㎝다. 7이라는 숫자는 하늘의 생명을 주관하는 북두칠성을 뜻하고, 9는 땅의 구주(九州)와의 평안한 조응을 뜻한다. 너비 120㎝는 4척인데 이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온전한 사시(四時)를 넣어 불변하는 자연의 흐름을 차용한다.
조리기구 한 개의 크기는 1척 2촌으로 정하여 12시간을 상징하게 만들고 일(日)과 월(月)의 음양을 넣기 위해 2구짜리 가스렌지를 놓는다. 즉 부엌 싱크대 하나에 별, 달, 해의 운행과 천지 자연의 조화가 들어가는 설계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음식동원(飮食同原)이라 했다. 약도 되고 독도 되는 사람의 기운을 만드는 부엌을 함부로 설계할 수 없는 이치가 이곳에 숨어 있다. 하물며 사람의 품성을 길러내는 집 전체와 내 가족의 생계가 달린 일터는 또 어떠하겠는가.
경제성의 원리로만 지어지는 건축물은 인간의 유익에 한계가 있다. 사람의 기본에 충실한 건축물일수록 시간이 그 가치를 평가하고 사람을 이롭게 한다. 아는 이는 알고 모르는 이는 모르는, 그러나 그 결과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비밀의 문이 건축 풍수 설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유행이 아닌 세월이 묵혀 만들어온 자연의 법칙으로 말이다. 출처 강해연 KNL디자인그룹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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