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의약품' 처리는 어떻게 하나
집안 구석구석 방치된 처방약들 어떻게 처리할까?
가까운 약국·보건소 수거함에 배출‥개인별 처방전 다르므로 반드시 약사와 상의
“감기로 병원에 가면 5일분의 약을 처방해주는데 하루 세 번 챙겨먹는 걸 잊어버리다보니 항상 약이 조금씩 남아요. 이런 약들을 녹여서 버리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그냥 일반 쓰레기에 버리는 게 좋을까요?”
집안 청소를 할 때마다 한두 알씩 남아있는 처방약을 보게 된다. 이런 약은 어떻게 처리해야 할 지 고민될 때가 있다.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소화제나 진통제는 효능과 유통기한을 알기 때문에 필요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눠줄 수 있지만 처방약의 경우 어떤 효능을 가졌는지, 언제 처방받았는지 몰라서 먹기도, 버리기에도 애매한 상황이 생긴다.
비타민 같은 영양제의 경우에도 보통 100알~150알 이상 대용량으로 포장돼 있다보니 다 먹지 못하는 경우 모아두는 경우 어느새 감당하기 힘들 만큼 많아지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폐의약품 수거함은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회수, 처리할 수 있도록 약국이나 보건소에 설치돼있다.
이럴 땐 약국이나 보건소에 설치돼있는 폐의약품 수거함을 찾아가보자. 이는 폐의약품을 안전하게 수거해 처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부가 설치한 수거함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박혜정 담당자는 “아무렇게나 버려진 가정 내 폐의약품으로 인해 하천에서 항생물질이 검출되는 등 폐의약품 적정 관리방안 마련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돼왔다.”며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가정 내 폐의약품 회수·처리 사업을 국가에서 관리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폐의약품 회수·처리 사업은 각 가정에서 보관하고 있는 약 중 필요없는 약이나 유통기한이 경과한 약을 약국과 보건소에서 수거하는 사업이다. 수거 대상은 알약, 물약, 연고류 세 종류다. 특히, 환자가 보관하고 있는 약을 가지고 가까운 약국을 찾으면 올바른 사용법과 복약지도도 함께 병행하고 있어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은 올바르게 회수하겠다는 취지도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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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의약품 회수·처리 사업은 각 가정에서 보관하고 있는 약 중 필요없는 약이나 유통기한이 경과한 약을 약국과 보건소에서 수거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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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를 찾아 폐의약품을 배출하면 관할 보건소에 보관한 후, 자원공사나 위탁업체를 통해 수거 및 소각처리하게 된다. 폐의약품 수거와 소각처리의 경우 처리 과정에서 환경오염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폐기물 전문기관이 처리하고 있고, 소각장 설치유무에 따라 지역별로 폐의약품 처리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대한약사회에서도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대한약사회 홍보팀 담당자는 “폐의약품 회수·처리 사업에 동참하기 위해 약국에서는 눈에 잘 띄는 곳에 폐의약품 수거함을 비치하고, 복약지도를 통해 폐의약품 수거를 안내하며, 약봉투 제작 시 안내문구를 삽입하는 한편, 폐의약품 수거량을 약사회에 통보하고, 홍보 안내포스터 약국에 게시 등을 권고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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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동네 보건서에 방문해보니 많은 수의 폐의약품이 수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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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과정을 통해 연간 배출되는 폐의약품의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대한약사회에서 연도별 지부 폐의약품 수거현황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폐의약품 양은 2009년에 43,510kg, 2010년에 165,652kg, 2011년에 287,395kg, 2012년에 302,552kg, 2013년 상반기 168,447kg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조사에 참가하지 않은 약국이나 보건소까지 합치면 많은 양의 약들이 매년 폐기물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박혜정 담당자는 “폐의약품이 제대로 소각되지 않을 경우 물과 흙을 오염시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으로 폐의약품 회수·처리에 적극 협조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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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의 증상과 유통기한을 표시해서 꼼꼼하게 챙겨놓는 것도 폐의약품을 줄이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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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를 하면서 필자도 집에 방치해두었던 폐의약품을 모아 수거함에 넣었다. 감기약이나 진통제의 경우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아 유통기한이 경과한 제품도 있었고, 상비약이 아닌 처방약의 경우 날짜와 증상을 따로 표시해두지 않아 언제 무슨 증상으로 약국에서 처방받았는지 알 수 없는 제품도 있었다. 일부 알약은 약국에서 상비약으로 구입했는데 어떤 증상에 사용하는지 몰라 가까운 약국을 찾아가 물어보기도 했다.
필자의 집 근처 약국의 약사는 “유통기한이 아직 남아있는 상비약이라도 잘못 보관할 경우 약이 변질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상비약통을 주기적으로 정리하고, 의문이 생기는 즉시 가까운 약국으로 문의해야 약물의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마다 투약량이 다른데 간혹 부모님이 처방받아 먹고 남은 약을 비슷한 증상이라는 이유로 전문가의 처방없이 아이들에게 주는 경우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반드시 약사와 상의하라.”고 당부했다.
한편, 환경부에서는 폐의약품의 올바른 회수·처리 및 올바른 약 사용을 위해 다음과 같은 사항을 권고하고 있다. ▲약은 용법, 용량에 맞게 복용하고 약을 약 이름을 모르거나 복용법을 모르는 경우 약국에서 올바른 복약지도를 받아 사용해 약물의 오남용을 방지하고 ▲다른 사람과 증상이 비슷하다고 다른 사람의 약을 복용하지 않고 ▲ 습기, 햇빛, 고온을 피해 약을 보관하면서 ▲1년에 2~3번은 가정상비약을 점검해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로 폐의약품을 배출해야 한다. 폐의약품은 가까운 약국이나 보건소 수거함에 배출하면 된다. 출처 정책브리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