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건물 명도, 현명한 방법은?
임대사업, 골치아픈 세입자 유형별 대처방법
월세가 따박 따박 월급처럼 나오는 상가 - 이런 수익성 물건에 투자자들은 누구나 관심이 간다. 그런데 막상 상가를 소유한다고 해서 그렇게 수월하게 월세를 받는 경우는 많지 않다. 월세를 연체하면서 전화도 안 받는 세입자도 있고, 내보내려 해도 살고 있는 집주소를 몰라 법적인 절차를 밟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편 명도소송에는 이겼다 해도 세입자의 재산이 없어 그 동안 밀린 월세를 받을 수 없는 사례도 자주 본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를 예방할 수는 없었을까? 사례 속에서 상가 소유자가 놓친 부분을 찾아 반면교사로 삼아보자. 먼저 계약서를 쓰는 단계, 다음으로 연체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했는가? 그리고 명도소송을 낸 시점은 과연 적절했는가? 등 3가지로 나누어 살펴본다.
사례 #1 주소불명 임차인
서울 신림동 상가 소유자 A 씨는 세입자 B씨에게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증명 편지를 보냈다. 월세를 두 달이나 안 내고 이제 전화도 안 받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편지가 주소 불명으로 되돌아 왔다. 계약서 임차인 난에 적혀있는 주소가 가공의 주소였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계약서 작성할 때, B씨의 주민증을 보자고 하니 주민증에 현재 주소가 안 올라 있다며 B씨가 불러주는 주소를 받아 적었던 기억이 난다.
이 경우 A씨는 공시 송달을 신청할 수 있다. 공시송달이란 법원 게시판 등에 14일간 공시하면 송달의 효력을 발생시키는 제도이다. 그러나 소송의 상대방에게, 이 경우 세입자에게, 항변할 기회를 빼앗는 결과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재판장이 불가피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만 허용한다.
민사소송법 제194조(공시송달의 요건)
①당사자의 주소 등 또는 근무장소를 알 수 없는 경우 또는 외국에서 하여야 할 송달에 관하여 제191조의 규정에 따를 수 없거나 이에 따라도 효력이 없을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재판장은 직권으로 또는 당사자의 신청에 따라 공시송달을 명할 수 있다.
②제1항의 신청에는 그 사유를 소명하여야 한다.
공시송달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법원에서는 공시송달이 필요한 사유를 A씨에 소명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예컨대 B씨의 주민등록이 말소된 사실을 거주지 주민센터에서 확인 받거나, 그 주소에 B씨가 살고 있지 않다는 불거주 확인서를 통.반장이나 이웃으로부터 받아서 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서류는 일단 B씨의 주민등록된 주소를 알고 있다는 전제하에서 출발하는 것이다. 사례의 경우 B씨의 주민등록상 주소를 모르기 때문에 공시송달 허용이 안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주소불명 = 공시송달’ 이렇게 쉽게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공시송달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를 당하면 놀라게 된다. 주민등록된 주소가 그렇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것이다.
세입자를 들일 때는 주민등록상 주소를 확인해야 한다. 위 사례에서 A씨가 무엇을 놓쳤는지 이제 분명히 보인다. 세입자의 주민증을 보고 뒷면에 적힌 주소를 계약서에 기재해야 했다. 설사 현재의 주소가 아니라고 해도 과거 주소를 알고 있으면 주민센터를 통해 최종 주소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거래 현장에서는 세입자의 주민등록등본이나 초본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번 보고 돌려주는 주민증보다, 주민등록상 현재 주소가 기재된 서류를 받아두겠다는 것이다. 특히 보증금이 소액일 경우, 월세 연체에 대한 대비책으로, 주민등록의 확인은 반드시 필요하다.
사례 #2 해지 통지에 반발하는 임차인
K씨는 안양에 있는 상가를 매입하여 양품점으로 보증금 500만원 월세 50만원에 세놓고 있다. 그런데 세입자는 개업후 석 달째부터 장사가 너무 안 된다면서 월세를 못 내고 있다. 연체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자 K씨는 계약을 해지하고 가게를 비우라고 했다. 그랬더니 세입자는 진열대와 비품 등 시설권리금조로 전에 있던 세입자에게 지급한 500만원을 물어주지 않으면 못 나간다고 한다. 아니 자기들끼리 멋대로 주고받은 권리금을 나한테 달라고?
물론 이 사례에서 권리금에 대해 주인은 아무 책임이 없다. 오히려 깨끗이 치우고 나가라고 원상회복을 요구할 수 있다. 두 달 이상 연체하면 계약서에 따라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만약 계약서에 이 조항이 없어도 민법의 규정에 따라 역시 해지할 수 있다.
부동산 임대차계약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에서 작성한 서식>
제4조(계약의 해지) 임차인의 차임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면 임대인은 즉시 본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민법 제640조 (차임연체와 해지)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차에는 임차인의 차임 연체액이 2기의 차임액에 달하는 때에는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런데 세입자가 해지를 거부하고 가게를 비워주지 않으면, 이제는 명도소송을 통해 짐을 들어내는 강제집행의 수순을 밟게 된다. 그러나 과연 이 방법이 최선일까? 상가 소유자 K씨의 입장에서 한번 생각해보자. K씨가 명도소송을 제기하면 당연히 승소할 것이다. 그러나 소송과 강제집행에 가령 1년이 걸린다고 보면, 그 동안 발생한 손실액이 만만치 않다. 우선 1년분 월세 연체액 600만원에 전기 수도료 등 관리비 연체액, 그리고 소송 및 강제집행비용 등을 모두 합하면 천만원이 넘을 수도 있다. 반면에 얻는 것은, 해지 당시 남은 보증금 350만원 밖에 없다. 물론 손실액을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는 있으나, 사업에 실패하고 빈손으로 나가는 임차인을 상대로 돈을 받아내기란 어려울 것이다.
월세를 연체하면 해지통지·명도소송 이외의 해법을 먼저 찾아야 한다. 그렇다면 K씨로서는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 현재 밀린 월세 150만원을 탕감하여 보증금 500만원 전액을 내줄테니 바로 가게를 비우라고 설득하든가, 아니면 아예 시설권리금 일부라도 이사비에 보태라고 주면서 화끈하게 양보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아니 임대인이 무얼 잘못했다고 이렇게까지 양보해야 합니까? 임대인이 잘못한 것 하나도 없다. 다만 손실을 줄이자는 것뿐이다. 나아가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Win-Win의 길로 가자는 것이다.
사례 #3 보증금을 너무 믿는 임대인
일산에 상가를 소유하고 있는 C씨는 휴대폰 매장을 하는 J씨에게 보증금5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2년 기간으로 임대하고 있다. J 씨는 들어온 지 10개월 되는 시점부터 월세를 연체하더니 벌써 3개월이나 밀렸다. C씨가 월세를 계속 미뤄 어떻게 할거냐고 묻자 J씨는 가게를 접고 싶지만 권리금을 받아나갈 때까지는 못 나간다고 한다. 들어올 때 바닥권리금으로 6000만원을 전 임차인에게 지급했다는 것이다. 하는 수 없이 C씨는 좀 기다려 보기로 한다. 월세를 계속 못 받는다 해도 만기일까지 4500만원, 그렇다면 아직 보증금 범위 안에 든다는 계산이 섰기 때문이다.
이 경우 J씨가 다음 임차인을 구해 권리금을 받고 나간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다음 사람을 구하지 못하고 차일피일 1년이 훌쩍 지나간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만기일이 되어도 J씨는 권리금에 대한 미련 때문에 좀 더 기다려 달라고 버틸 것이다. 다급해진 C씨가 부랴부랴 해지 통지하고 명도소송을 낸다 해도, 그때는 이미 월세도 못 받으면서 소송비용만 들어가는 단계로 넘어 가버린 후이다.
명도절차 신청은 빠를수록 좋다. 상담을 해보면 임대인들은 보증금을 너무 믿는다. 그래서 연체를 좀 해도 너그럽게 기다려주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또한 해지통지를 해버리면 임차인이 바로 보증금을 내달라고 할까 봐 해지통지를 늦추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임대인들이 놓치는 것들이 있다. 우선 받아나갈 보증금이 적어질수록 임차인이 배째라 하고 버틸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임차인을 강제로 내보내는 절차가 의외로 까다롭고 시일이 많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자칫하면 위의 사례와 같이, 월세는 못 받으면서 소송 비용만 들어가는 최악의 상태로 넘어가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이제 답은 보인다. 연체가 몇 달 지속되면 임대인은 보증금을 믿고 기다리지 말고 단안을 내려야 한다. 합의해지 아니면 명도소송을 선택하는 것이다. 가급적 임대인이 양보하여 합의해지하도록 권한다. 그게 안되면 차라리 바로 명도절차를 밟으라고 한다. 월세 발생을 줄여 임차인이 보증금을 일부라도 받아서 나가게 하는 것이 결국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출처 이인덕 서울시청임대차상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