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동굴테마파크'
동굴 속 테마파크 ‘광명동굴’ 인기폭발
광산→관광지 탈바꿈 관광객 급증…광부샘물·보석찾기 등 즐길거리 가득
“서울 근교에 동굴이 있다고? 거짓말! 대체 동굴이 어딨어?”
서울 근교에 동굴이 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던 필자는 검색을 해보고 깜짝 놀랐다. 경기도 광명시에 광명동굴이 있었던 것. 그것도 단순한 동굴이 아닌 동굴테마파크이다. 가족, 연인 모두가 즐길 만한 관광지의 발견이었다.
도심 근처에 동굴이 있는 것도 신기한데 동굴테마파크라니! 단순히 동굴을 관람하는 것 이상의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호기심이 생겨 직접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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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의 과거를 알리는 안내판. 광명동굴은 일제의 약탈 현장이자, 근대산업발전의 동력이 된 곳이다. 광명시는 광명동굴을 문화유산으로 정하고 동굴테마파크로 조성했다. |
폐광의 기적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들은 필자뿐만이 아니었나 보다. 날씨가 흐렸음에도 불구하고 매표소 앞에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30분에서 1시간 넘게 줄을 서야 입장이 가능했다. 올해부터 유료로 전환됐다고 하는데 예상 외의 인기에 놀랐다.
광명동굴은 지난 4차 개방까지는 무료였지만 5차 개방부터는 유료로 전환됐다. 광명시민이 아닌 어른의 경우 관람요금은 ‘와인동굴’ 선택 유무에 따라 4천 원 또는 9천 원을 내야 한다. 유료임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개의치 않아 보였는데, 그 이유에 대해 광명 시민 이정희(32세, 주부) 씨의 말을 들어봤다.
“예전에도 왔었는데, 생각보다 볼 것이 많아서 좋았어요. 그림 그리는 체험도 재미있었고, 입장료가 생겼지만 그만큼 더 볼 것이 많아졌을 것 같아서 올해도 아이를 데리고 와 봤어요.” 광명시민들에게 광명동굴은 테마파크로서의 가치를 이미 인정받은 모양이었다.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를 안고 광명동굴로 입장했다.
관광객들이 문화관광해설사의 안내를 받아 동굴 입구로 입장하고 있다.
입장하니 바로 앞에 문화관광해설사가 관람객들을 인솔하고 있었다. 광명동굴에서는 30분 간격으로 문화관광해설사가 광명동굴의 역사와 전시를 설명해준다. 단순히 재미만을 추구하지 않고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알리려는 광명시의 노력이다. 문화관광해설사의 설명에 아이들도 얌전하게 귀 기울이며 따라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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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길로 들어가는 아버지와 아들. 황금을 찾아보자며 입장을 하고 있다. |
광명동굴에는 구역마다 이름이 붙어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바람길’, ‘웜홀광장’, ‘빛의 공간’, ‘황금길’, ‘황금폭포’ 등의 이름이 붙여져 있는 곳을 마주할 때마다 관람객들은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사진 찍기에 바빴다. 황금길 앞에서는 “여기가 황금길이래, 황금 있나 찾아보자”라는 말을 하며 함께 입장하는 부자지간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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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아월드 수족관에서 어른들과 아이들이 물고기의 움직임을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
광명동굴의 지하암반수를 이용해 만든 ‘아쿠아월드’는 와인동굴과 더불어 인기 있는 공간 중 하나다. 1급수에서 서식하는 토종물고기를 포함해 세계 곳곳의 다양한 물고기가 있었다. 아이, 어른 너나 할 것 없이 발걸음을 멈추고 수족관을 구경하는 모습이었다. 표지판에 나온 물고기를 찾아 두리번거리던 한 아이가 “찾았다! 여기 버들치 있어!”라고 말하자, 아버지와 형이 “어디?, 어디?” 하며 아이의 손이 가리키는 곳을 보고 “오, 진짜 있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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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황금패들이 잔뜩 걸려있는 소망의 벽 |
광명동굴을 걷다 보면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순간들을 자주 마주하게 된다. 가파른 계단을 내려갈 때, “조심히 내려가”라며 손을 잡아주고, “여기 좀 봐”하며 혹시나 가족이 멋진 광경을 놓칠 새라 챙겨준다. 동굴에서 느낀 가족애를 잊지 않으려는 것이었을까. 소망의 벽에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말들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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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부샘물 안내판. 여기서는 광부들이 마시던 지하암반수를 맛볼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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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시음을 하기 위해 관람객들이 길게 줄 서 있다. |
시원한 광부샘물을 마시고 나서 와인동굴을 찾았다. 와인동굴은 어른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공간이다. 와인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수도 있고 ‘고도리와이너리’ 와인을 맛볼 수도, 살 수도 있다. 와인을 마시려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이어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틀 동안 시음한 관람객이 5천 명이 넘는다고 하니 와인동굴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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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텐더가 와인칵테일 퍼포먼스를 선보이자 관람객들이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다. |
와인을 맛 보는 것 외에도 와인동굴이 인기 있는 이유는 와인칵테일 퍼포먼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오후 1시부터 3시까지 매시 정각에 20분씩 진행이 되는 와인칵테일 퍼포먼스에는 바텐더가 안보일 정도로 관람객들이 동굴을 가득 채웠다. 바텐더가 동작을 바꿀 때마다 동굴에는 사람들의 탄성이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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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찾기 부스 안에서 관람객들이 황금을 찾고 있다. |
와인동굴을 포함한 동굴관람을 마치고 ‘보석찾기’, ‘황금찾기’, ‘광물교실’, ‘광산모자만들기’, ‘광산그리기DIY’ 체험부스가 모여있는 체험놀이터로 향했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부스를 가보니 어른들도 좋아했다.
‘황금찾기’ 부스에서는 아이보다 어른이 더 적극적으로 모래 속에 숨겨진 황금을 찾는 데 여념이 없었다. 황금을 찾기 위해 대화도 없이 채를 들여다보며 집중하는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마저 입을 닫은 걸까. 유독 ‘황금찾기’ 부스만이 상당히 조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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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석찾기 체험을 하고 있는 관람객들 |
5가지 체험부스 중 가장 인기가 있는 부스는 단연 ‘보석찾기’ 부스였다. 모래 속에서 색색의 보석을 찾는 어른들과 아이들이 가득이었다. “채를 한 번 더 걸러보자, 더 있을 지도 몰라”라고 말하며 어머니가 아이 대신 채를 걸러 모래 속을 헤집기도 했다. 지나가는 관람객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옆에서 지켜보다가 “재미있겠다, 이거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연달아 물었다.
“4천원을 주고 티켓을 구입하셔야 해요”라는 안내원의 말에 많은 관람객들이 출구로 가다 말고 매표소로 되돌아가 티켓을 사는 광경도 펼쳐졌다. 결국 많은 체험 인원에 채가 모자라 몇몇 가족들은 부스 밖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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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머니가 어린 자녀의 교육을 위해 광물교실을 찾아 보석의 이름을 확인하고 있다. |
직접 체험해본 광명동굴은 재미와 감동을 주는 동굴테마파크로서의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시민들에게 확인시켜주었다. 올 여름 광명동굴은 가족나들이와 연인과의 데이트 장소로 최적의 장소가 될 것 같다. 관람객은 동굴 속 체험을 통해 애틋한 가족애와 연인과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광명동굴으로 찾아가는 길과 관람료, 공연전시 등의 구체적인 일정은 관련 사이트(http://cavern.gm.go.kr/site/cavern/main.do)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 여름 시원한 광명동굴에서 보다 많은 시민들이 재미와 감동을 캤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정책브리핑 다정다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