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화를 바라보다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전남 우이도 섬 기행

 

 

번잡한 도심을 떠나 모처럼 단비같은 여유를 즐길 수 있는 여름휴가 시즌이 다가왔다. 휴가계획을 짜면서 가장 마음이 들뜨는 시기가 바로 지금 아닐까. 국내로 눈길을 돌려보면 즐겁고 의미 있게 떠날 수 있는 여행지가 많다. 알뜰하면서 알차기까지 한 여름휴가를 떠나보면 어떨까. 여행작가들이 추천하는 국내 테마여행을 소개한다.

 

 

돈목해변에 자리잡은 탠트들의 불빛과 어화가 밤하늘 별처럼 빛난다.


섬 여행의 매력은 뭘까. 생활의 편리함과 이별함으로써 해방감을 맛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섬 여행을 하기 시작했을 때는 유명하고 명소가 많은 섬을 선호했다. 지금은 ‘섬마을’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 중 하나가 우이도다.

 

세월의 자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돈목마을의 돌담길, 풀이 무성한 돈목-진리간 옛길, 조선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집터, 언제부터 쌓이기 시작했는지 모를 모래언덕이 긴장하고 있는 여행자의 마음을 푹 내려놓게 만든다. 목포여객터미널에서 세 시간 남짓 뱃길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곳이지만 그 수고로움이 아깝지 않다.

 


풍성사구 정상에서 서면 돈목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모래언덕 돌아 돈목마을 산책

 

목포에서 출항한 배가 우이도 돈목선착장(우이2구)과 진리선착장(우이1구)에 들른다. 캠핑이나 민박을 한다면 돈목선착장에서 내리는 걸 추천한다. 돈목선착장 인근에 있는 돈목마을이 섬마을 정취가 물씬 풍긴다. 해수욕을 즐기기에 좋은 돈목해변도 코앞이다. 무엇보다 우이도 최고 명소인 모래언덕(풍성사구)이 돈목해변에 있다. 돈목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작은 교회가 가장 먼저 반긴다. 교회 담벼락에 그려놓은 금붕어 모양의 우이도 지도가 앙증맞다. 거친 돌멩이를 쌓아 만든 돌담길이 각각의 집으로 인도한다.

 

돌담을 따라 마을 꼭대기에 오르면 양손과 양발로 셀 수 있을 만큼의 원색지붕들이 보인다. 섬사람들이 직접 잡은 생선과 채취한 해산물로 만든 음식을 맛보는 것도 섬 여행의 묘미다. 밥상을 보면 이 섬의 특산물을 단박에 알 수 있다. 단돈 7000원짜리 로컬푸드 밥상을 서울에서는 꿈도 못 꿀 일이다.

 

 

돈목마을 돌담길. 골목길을 벗어나면 돈목해변이 펼쳐진다. 


돈목마을 골목길을 벗어나자마자 우이도에 가장 넓은 돈목해변이 펼쳐진다. 볕에 바싹 마른 모래는 너무 고와서 손에 쥐어지지 않는 반면 젖은 땅은 마구 뛰어도 발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다. 수심이 완만하여 물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물놀이를 즐길 수 있어서 좋다.

 

돈목해변을 마주보고 서서 오른쪽으로 바라보면 바닷가에 모래산이 쏟아져 내린 듯한 절벽이 보인다. 이것이 풍성사구로서 바람이 만든 작품이다. 높이가 80m에 달하며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지형이다. 사구의 원형을 되살리고자 일부 구역은 출입 금지하고 있다. 돈목해변과 이어진 사구 관찰로를 따라 걸으며 사구 주변을 둘러 볼 수 있다. 사구 정상부근에 오르면 돈목해변과 성촌해변이 시원하게 눈에 들어온다. 성촌해변쪽으로 내려와 성촌마을 둘러보고 돈목해변으로 돌아오면 되는데 짧은 산책코스로 좋다.

 

 

돈목해변에서 바라본 풍성사구 측면. 


돈목해변에서 호젓하게 캠핑 즐기기

 

우이도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 속하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야영 금지 구역이다. 피서철에는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들이 피서객 안전 및 사구 보호를 위해 돈목해변에 파견 나와 있는데 직원이 지정해준 해변 일부 구역에서만 캠핑이 가능하다. 다만 불 피우는 행위는 금지다. 캠핑 구역 가까이에 화장실과 샤워장이 있어서 편하다. 한여름 성수기에도 피서객이 적어 전세 캠핑을 할 수도 있다. 텐트 앞 해변이 우리집 안방인양 허세를 부려볼만 하다. 눈치 볼 사람이 없으니 어른들도 물보라를 일으키며 아이처럼 신나게 즐긴다.

 

돈목해변의 진가는 해질녘에 드러난다. 낮 동안 작열하던 태양이 천지를 붉게 불사르며 수평선으로 진다. 짙푸른 밤이 찾아오면 먼 바다에서 고깃배의 어화가 반짝이는데 바다에 뜬 별처럼 보인다. 텐트를 살짝 열고 이 풍경을 바라보며 파도소리를 자장가 삼아 잠든다.

 

 

돈목마을 교회 벽화. 마을의 분위기를 보여준다. 


섬이 좋은 점은 바다와 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는 것. 돈목해변에서 진리마을로 넘어가는 산길이 있다. 돈목, 성촌, 대초리, 진리마을 사람들이 넘어 다니던 옛길이다. 지금은 왕래가 뜸한지 길에 풀이 무성하다. 산길이 제법 가파르다. 대숲도 지나고 폐허가 된 대초리마을의 자취도 더듬어 본다. 큰재를 넘어 바로 하산하면 진리마을이 멀지 않다. 하산하지 않고 오른쪽으로 난 산길로 접어들면 우이도 최고봉인 상산봉에 오를 수 있다. 흑염소처럼 암릉을 타고 넘어야 하므로 심약한 이는 눈길을 주지 않는 게 낫다. 

 

 
진리마을에는 조선시대 때 돌로 축조한 선착장이 있다.


정감 넘치는 섬마을 한바퀴

 

진리마을은 우이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가장 크다곤 하지만 돈목마을보다 규모가 약간 크고, 주택이 좀 더 현대화되었을 뿐이다. 진리마을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많다. 신유박해 때 우이도로 귀양 온 정약전과 홍어장수 문순득의 인연이 가장 흥미롭다. 문순득은 홍어를 사러 바다에 나갔다가 풍랑을 만나 일본, 중국, 마카오, 필리핀까지 표류했던 인물이다.

 

고향인 진리마을에 돌아온 건 3년 2개월 만이었다. 정약전은 문순득의 체험담을 기록해 ‘표해시말(漂海始末)’을 펴냈다.정약전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았다면 문순득 이야기는 전설로 구전되지 않았을까. 진리선착장 뒤로는 조선시대 때 돌로 만든 진리 옛 선창(도기념물 제243호)이 남아 있다.

 

주민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선창이라 친근감이 느껴진다. 정자에 앉아 어르신들이 들려주는 마을 이야기를 듣는 것도 훈훈한 경험이다. 진리마을에서 돈목마을로 되돌아오는 교통편이 불편하므로 진리선착장에서 목포로 나가는 배를 타는 것이 좋다. 정감 넘치는 섬마을 풍경과 푸근한 인심이 그립다면 올여름엔 우이도로 떠나보자.

 

 

돈목마을 민박 상차림. 생선, 나물, 조림 등 갖가지 반찬이 한상 가득 나온다. 출처 정책브리핑

 

여행정보

 

목포여객선 터미널에서 우이도행 여객선이 1일 1회 운항한다. 섬사랑6호 11:30분 출발, 3시간 소요. 도초도를 경유하므로 도초도와 연계하여 코스를 짜도 된다.

 

예약 http://island.haewoon.co.kr/ 

숙박은 돈목마을에 민박집이 있다. 민박집에서 식사도 가능하다. 식사 예약은 필수. 다모아민박(061-261-4455),  한승미민박(061-261-174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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